[물결을 만드는 사람들][더웨이브컴퍼니] 디자이너 전의영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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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그리고 강원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더웨이브컴퍼니 멤버들의 이야기입니다. 

[더웨이브컴퍼니] 디자이너 전의영


"손이 통통해서 주먹을 쥐면 동그래지거든요. 그래서 도라에몽이 생각나더라고요. 급하게 별명을 에몽이라고 지었죠"

자신의 꽉 쥔 손을 보이며 자신의 별칭 '에몽'을 열심히 설명하는 전의영 디자이너는 인터뷰가 유독 떨린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림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데는 익숙하지만, 소위 각을 잡고 대화하는게 낯설기도 하고 떨린다며 잔뜩 움츠려든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자 점점 부드럽고 활기차고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진구에게 차분하게 설명하는 도라에몽처럼 차분히, 그러면서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전의영님의 해시태그

#ENFP_ENTP_사이 #A형 #인터뷰는_어려움 #세련 #도라에몽_닮은_내_손

 

더웨이브컴퍼니에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디자인 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로컬의 행사나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디자인과 브랜딩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서울, 그리고 강릉으로 오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울산에서 대학 공부까지 마쳤어요. 그리고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거처를 옮겨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말이 취업 준비지, 한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다 보니 돈은 금세 떨어지고 손에 쥔 결과가 없었습니다. 고민이 깊어졌고 40여 곳의 문을 두드렸어요. 단기간에 원서를 넣었던 탓인지, 힘들고 지쳤습니다. '저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기업도 우선 넣어 보았고, 그러다 보니 떨어진 곳도 많았어요.

그러다 더웨이브컴퍼니 지원공고를 봤고 원서를 넣었습니다. 처음엔 6개월 계약직으로 시작했습니다. 강릉이라는 도시가 낯설지만 와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서울살이에 지친 것도 한가지 이유였습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것과 같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변동이 생길 수 있으니 서울 집을 그대로 두고 강릉을 오가는 삶을 이어갔어요.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와 부서지듯이 자연스레 울산과 서울, 그리고 강릉까지 오게 됐어요. 그리고 강릉에 물결처럼 스며들게 된 거죠.



울산과 강릉이라는 로컬을 경험했는데 둘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큰 도시가 주는 시스템의 안정감이라는 게 있습니다. 서울로 간 것도 일자리가 많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간 거고요. 그렇지만 서울은 저를 지치게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한 점이 강릉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울산과 강릉, 개인적으로는 도시의 크기와 인구수 외에는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물론 도시 규모가 크면 인프라가 잘 되어 있죠.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식당가가 많은 곳에서는 맛집을 누비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편합니다. 강릉에서는 그 모든 게 작은 규모로 줄어있어서 아쉽긴 해요. 백화점이 없으니 쇼핑을 할 수 없는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대신 이 도시는 문화적으로 뛰어납니다. 아티스트들이 참 많아요. 울산이 정적이라면 강릉은 무언가 움직이는 파도의 느낌을 줍니다. 최근에 강릉에는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늘면서 작업이나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합니다. 울산은 그에 비하면 잔잔해요. 기존에 지역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대기업이 도시 문화와 사회 흐름을 주도하죠. 울산은 광역시인데도 이제 미술관이 생겼거든요.

제 생활에서도 울산과 강릉은 조금 다른 패턴을 보입니다. 우선 자동차가 적은게 너무 좋아요. 강릉은 걷는 기쁨을 느끼기에 좋은 동네입니다. 지하철이 없고 버스 운행이 적은건 불편하지만 택시를 이동하면 웬만한 곳은 10분 안에 갈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도시를 누빌 수 있는 부분도 좋고요.

 


더웨이브컴퍼니에서 수많은 디자인 작업과 브랜딩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노암일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임팩트 팀에서 주로 하던 브랜딩은 아니었지만,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사진 작가를 겸하고 있는 진명근 디렉터가 동네 어르신들께 사진에 관해 알려주고 촬영을 도우며 그때 작업한 작품을 전시하는게 주된 목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에는 전시의 전시 포스터와 엽서 등을 중심으로 작업할 예정이었는데, 촬영된 사진을 보니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서 '책 디자인을 맡을 테니 책자로 남겨보자'라고 제안했죠.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 기존 브랜딩 작업보다 자유도가 높아서 더 즐겁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의 내지 디자인을 할 때도 색이나 구도 등 편집의 여러 부분을 고객 니즈에 맞추기보다 마음 가는 대로 노암일기에 참가한 작가분들을 떠올리며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상업적인 색채도 적었고요.

작품들 가운데 지금도 바로 생각나는 사진이 있어요. 김미순 작가님이 촬영했고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지붕과 대청마루가 보이도록 촬영한 사진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통통통"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지붕 아래에서 신발을 벗은 채 앉아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촬영한 작품이었어요. 노암일기 참가 작가분들도 연세가 있는 어르신인데 '이분들도 부모님이 계시지'라는 생각과 함께 부모님을 사진에 담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져 따뜻했었습니다. 또다른 작품은 이선용 작가님이 길을 걷다가 고양이를 촬영한 사진이었어요. 사진기술을 배웠지만, 전문적인 사진은 아니었죠. 그런데 그 시선이 좋았습니다. 동네를 거니는 길냥이, 누군가는 귀찮다고 여기며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그 아이의 모습을 온전히 담은 작품이 새롭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의영님에게 있어 '재밌는 생활'과 '재미있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이전에 회사 홈페이지 소개란에 올라간다고 해서 급히 생각했던 말입니다. 딱히 깊게 고민한건 아닌데, 지금 보니 제가 한 번쯤 생각해 본 주제기도 해서 제 대답이 재밌게 느껴졌어요.

개인적으로 일에서는 제약이 적을수록 재밌습니다. 물론 클라이언트와 소통이 잘되면 니즈가 확실하고 고려할게 많아도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티키타카하는 과정에서도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다만, 불가능한 작업이라 수정된 제안을 했는데도 거부당할 때는 종종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제약도 중요하고 내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물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최근에 했던 관동별곡 소품샵 굿즈 작업이 기억나요. 디자인하고 굿즈 만드는데 10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부분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강릉 생활 부분도 재밌는 것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여기서는 예전에 하지 않았던 것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동네 산책을 하고 있어요. 대도시에서 걷다 보면 사람에 치여 그 장소를 감상할 여유가 부족한데, 강릉은 온전히 공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원래 혼자서 하는걸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곳에 와서 산책도 많이 하고 집 근처에 있는 대학 캠퍼스에 가서 김밥을 사 먹기도 했어요. 차량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해요. 해보지 않았던 걸 하니까 일탈 아닌 일탈, 소소한 도전의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그런데도 불안함은 있어요. 디자인 학부에서는 1, 2학년에 이론을 많이 배우는데 저는 다른 전공을 공부하다가 전과를 하고 후에 편입한 경우라서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면접 볼 때 "자기 스타일을 얼마나 버릴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항상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대신 날 것의 느낌을 내는 것도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작업과 디자인, 기획, 전시 등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로컬에서 힐링을 하고 있지만 거대한 흐름이 진행되는 서울과 떨어져 있으니 도태되는 게 아닐까하는 느낌도 듭니다. 대신 도전적인 활동과 변화 가능성이 큰 작업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글 = 변준수

사진 촬영 = 진명근(Workroom033), 전의영님 사진 제공

장소 = 베이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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