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을 만드는 사람들][더웨이브컴퍼니] 디렉터 이태훈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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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그리고 강원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더웨이브컴퍼니 멤버들의 이야기입니다

[더웨이브컴퍼니] 디렉터 이태훈


이태훈 님을 처음 만난건 <강릉살자> 2기 멤버 선별 인터뷰 현장입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원숙하고 차분한 느낌을 받았고, 후에 그가 더웨이브컴퍼니의 디렉터, 기획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날 받았던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됐습니다. 누구보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고픈 이태훈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태훈님의 해시태그

#정직한_사람  #말_많이_안하는_사람  #관찰자  #쓸데없는_포장_금지  #INFJ  #나는_본질을_지키는_사람이다(feat. 블루 브랜딩 수업)

 

강원도에 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강원도에 왔다'라는 말보다 '강원도로 돌아왔다'가 더 정확할 듯 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쭉 강원도에서 자라서 '강원 지역으로 생활권을 옮겼다'보다는 '다시 돌아왔다'라는 표현이 맞는 듯싶어요. 서울 생활을 13년 동안 하면서도 강원도에 자주 들렀으니 제 인생에 있어 67%는 강원, 나머지는 서울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서울에서 일할 때도 가끔 강원도에 왔는데 이곳의 도로, 골목길, 산과 바다를 볼 때면 느껴지는 특유의 편안한 감정이 있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 쓰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들지 않는 감정이죠. 홍천의 오지마을에 갔을 때도 '우리 동네'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산넘고 물건너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온 거죠.

(껄껄껄껄) 강릉이 아주 좋아서 온건 아닙니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편안했어요. 사람에게 편안함, 안정감을 주는 요소는 여럿이지만, 제게 있어 강릉은 안락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는 곳입니다. 한쪽에는 대관령이, 다른 한쪽에는 동해가 감싸안는 느낌이 있어 포근한 기분이 듭니다. 서울은 사람을 감싸 안는 느낌이 없지만, 이곳은 달랐어요. 제 마음과 기분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기분이 좋고, 운이 좋고, 의도치 않은 행운이 계속될 때면 주변에 누가 있든, 장소가 어디든 항상 즐겁습니다. 다만 기분과 상황,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는 달라지죠. 서울에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갈 곳이 없었거든요.

강릉은 기분에 맞춰서 동선을 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살다보니 코스가 떠올랐어요. 대관령에 가서 몸을 숨길 수 있고, 산책길에 스트레스 한 뭉치를 내려놓고 올 수도 있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기분이, 마음이 안 좋은 날 밖에 돌아다니면 그 '악'이 '악'으로 유지된 채 돌아다니지만, 강릉에선 마음속 '악'이 '약'이 되는걸. 목격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할 부분도 적었습니다. 자연스레 이곳에 왔고 포근함에 매료됐습니다. 내가 좋고 만족스러운데 경제적이거나 분석적일 이유가 없죠.

 

더웨이브컴퍼니에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디렉터로서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2021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 강릉살자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습니다. 기획자의 일이라는게 간략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깔끔하게 정리되기 힘든 일입니다.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걸 고안하려고 합니다.


 

기획자로서 바라보는 강릉살자와 커뮤니티, 그리고 강릉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강릉살자'를 자평하자면 99점을 주고 싶습니다. 순전히 저에 관한 평가입니다. 기획점수, 운영점수, 참가자 만족도 등 세부사항으로 들어가 평가하면 점수가 더 낮아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은 프로젝트였습니다. 너무 좋은 팀을 만났고 프로젝트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강릉살자'를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회의에서 아쉬운 점, 보완점을 찾아야 했기에 잘 안 된 부분을 최대한 긁어모아 말했지만, 별 5개 만점에 5개를 주고 싶을 정도로 잘 마무리됐다고 봅니다.

기획자로서는 부족함을 계속 느낍니다. '강릉살자' 기획 역시 2021년 5월에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기획의 틀을 바꾸고 멤버들과 협의 과정을 거쳤지만 모든 부분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행안부와 강릉시의 요청과 입장, 회사의 사정, 팀원 간의 여러 가지 의견 등을 종합하고 제가 그리는 그림을 설득해야 하는데 간극이 꽤 컸습니다. 누구는 사과나무를 그리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파인애플 나무를 생각했죠. 저는 이 모든게 조화로운 숲을 떠올렸습니다. 설득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집을 부린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조금 더 조절을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여전히 기획자로서 성장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청년 마을 지원 프로젝트와 강릉의 콘텐츠 모두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강릉살자에서 이를 구현하려고 했는데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로서, 운영진으로서 2기 때 자괴감과 힘듦을 많이 느꼈습니다. 2기를 시작할 때, '1기 기획을 그대로 가져가자', '업그레이드하자', '전혀 다르게 해보자' 등 여러 의견이 있었고 이를 적절히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1기와 운영 방식이 바뀌면서 기획자, 운영진 모두 마인드 셋팅도 변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했고, 생각했던 그림과 다른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생활과 삶에 사람,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기획자로서, 더웨이브컴퍼니에서 돈을 내고 들어올 수 있는, 가격을 지불하는 측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 모두 합당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커뮤니티를 만들기에 강릉은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년 천만명 이상의 여행자가 오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뭔가 오묘합니다. 다양한 니즈가 충돌하는 공간이죠. 여행자들은 대부분 대도시의 고민을 벗어던지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옵니다. 혹은 서울에서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낯선 생활을 하고 싶어서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강릉은 낯선 것과 낯선 것이 닿고, 사람과 사람이 만납니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그림을 떠올려 봤을 때 커뮤니티가 생각났습니다. 새로운 장소와 사람, 만남이 있는, 그리고 이들이 합당하게 소비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래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도시와 서비스, 커뮤니티,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강릉에서는 그게 가능할거라 믿고 있어요.


 

다정한 사람 이태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본명 이태훈에는 제 캐릭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염원을 담은 '다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죠. 외형적으로 다정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여년 이상 따뜻한 마음을 품고 살았습니다. 한번 쯤은 내 안에 있는 캐릭터로 불러줬으면 했죠. 다정이라는 별칭을 정하고 나서 이름처럼 바뀌고 있습니다. 한 때는 '내가 다정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두가지 모두 좋지만, 가장 긍정적으로 변한건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관찰자로서 다정하게 보고 느끼고 해석하며 행동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이 끝나면 밤11시까지 아이들과 어화둥둥하면서 놀아주느라 제 시간이라고 할게 없었습니다. 한동안 멍해지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새벽에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면 내 시간이 생기는 걸 알게 됐습니다. 딱히 미라클 모닝이라고 할건 없고, 조금 일찍 일어나 저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 산책하거나 차를 타고 경포 해변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생활을 이어오며 쌓인 스트레스, 서울에서 가져온 마음의 찌꺼기, 원주에서부터 이어져 온 물욕 등 생각의 가치를 강릉에 맞게 정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글 = 변준수

사진 촬영 = 진명근(Workroom033), 이태훈님 사진 제공

장소 = 베이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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