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파도의 시선] 작은 커피회사가 보여주는 브랜딩의 정석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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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입니다. 매주 한 권,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파도의 시선'으로 선택한 책은 김병기·이세라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입니다.



'프릳츠커피컴퍼니'는 커피와 제빵업계에서 실력자로 손꼽히는 6명이 모여 설립한 회사입니다. 서울에서 카페 '프릳츠' 매장 3곳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3곳 모두 언제나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입니다. 프릳츠가 사랑받는 이유는 물론 커피와 빵의 훌륭한 맛 덕분이지만, '코리안 빈티지' 콘셉트를 내세운 브랜딩의 힘 또한 한몫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생경하면서도 입에 착 붙는 '프릳츠'(ㄷ 받침이 핵심입니다)란 이름부터 '왜, 굳이?' 갸우뚱하게 되는 '물개' 캐릭터까지,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합니다. 참고로, '프릳츠'란 이름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수많은 동물 중 물개를 캐릭터로 고른 데도 논리적 이유가 없고요. 여기에 대해 김병기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프릳츠가 본질에 충실하다면 캐릭터가 물개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간에 사람들은 프릳츠를 사랑할 것'이라고요. 귀여운 물개 캐릭터에겐 조금 섭섭한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프릳츠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답은 '한국적인 커피와 빵을 만드는 기술자들의 건강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프릳츠의 비전에 담겨 있습니다.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맛있는 커피와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그것들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건강하게 일하며 공생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일. 전자는 내가 가진 기술로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전문가 개인의 의지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이 성과를 혼자가 아니라 구성원들과 함께 이루겠다는 공동체의 의지에 관한 것입니다. 즉 모두 '사람'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따라서 프릳츠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우선 직원 개개인의 일하는 태도와 방식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합니다. 가족수당, 유급 병가, 육아휴직, 체력단련비 지원 등 비슷한 규모의 동종업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직원들이 팀장 역할을 돌아가며 맡으면서 '리더와 팔로워'의 입장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늘 한결같은 맛의 커피와 빵을 만들 수 있도록 꼼꼼하게 '커피 퀄리티 차트'와 '제빵 작업 일지'를 기록하고, '지각하지 않기', '손님뿐 아니라 동료에게도 반갑게 인사하기' 같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중시하는 건 '함께 일하는'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프릳츠의 빵 맛을 책임지는 허민수 공동대표는 "먹고사는 일을 하기 위해 만났지만, 그 일을 멋지게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프릳츠는 자신들을 '소셜 미션'이나 '임팩트'란 말로 포장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 '살아남기 위해 만든 회사'임을 명시합니다. 그럼에도 되려 외부에서 프릳츠를 특별한 회사로 보는 이유는 그 앞에 '함께'란 단어가 붙기 때문일 겁니다.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먹고살기 위해, 함께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프릳츠만의 커피와 빵을 만드는 거죠. '함께 일한다'는 공동체 의식에서 프릳츠 구성원들이 얻는 안정감이 어쩌면 프릳츠의 커피와 빵을 더욱 맛있게 만드는 비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인터널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인터널 브랜딩은 조직의 구성원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가치가 제품 혹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가 이해할 만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릳츠의 '한국적인 커피와 빵을 만드는 기술자들의 건강한 공동체'라는 비전은 이 공동체에 속한 사람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합니다. 만약 프릳츠의 비전이 '5년 내 국내 TOP3 브랜드, 매출 1조 달성하는 회사'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지금의 프릳츠와 같은 모습은 만들기 어려웠을 겁니다." 44쪽


"당신은 회사에 얼마나 헌신하고 있나요?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서 구성원의 헌신은 브랜드 미션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 요소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누구나 헌신하는 건 아닙니다. 먼저 비전에 대한 같은 생각을 갖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죠.
프릳츠는 공동체임을 강조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프릳츠가 중요시하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헌신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결'이 같은 사람들 모두의 헌신과 서로의 믿음이 지금의 프릳츠를 만든 것이죠.
브랜드 미션은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를 위해선 구성원 공동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헌신은 개인과 회사의 미션이 어느 정도 일치했을 때 나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스스로와 맞는 회사, 회사와 맞는 구성원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72쪽



"2019년, 프릳츠의 직원은 70명이 넘습니다. 더 많은 직원과 일하게 되면서 작업의 언어를 통일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즉 컬리티 컨트롤 차트와 제빵 작업일지는 프릳츠 스타일의 커피와 빵을 매일 재연해내기 위한 '함께 일하는 방법'입니다.
함께 일하는 방법을 위해 프릳츠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 원칙은 같은 기술자로서 상호존중하며 일하는 자세입니다. 예를 들면 사소한 것을 지적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습니다. "행주를 이렇게 접으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행주를 접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겁니다. 혹은 설거지를 어떻게 하라고 말하는 대신 그릇을 깨긋이 닦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죠." 92쪽


생존과 공유란 단어를 나란히 두는 것이 어색하다고 여기는 분도 있을 겁니다. 더 낯익게 느껴지는 단어의 조합은 아마도 생존과 경쟁일 겁니다. 우리는 남보다 빨리, 남보다 더 잘해야 살아남는다는 정서 속에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김병기 대표는 웃으며 말합니다.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거죠. 저희도 사실 그렇고요. 하지만 공유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오는 고유의 즐거움이 있어요. 그 결과물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기술자로서 저를 풍성하게 만드는 측면도 분명히 있어요. 또 제가 진지하게 이 일에 임하고, 일을 즐겁게 오래 할 수 있고 새로운 영감을 받으며 할 수 있는 데에 협업이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해요. 그래서 공유나 협업은 같이 일하는 법을 배우는 프릳츠의 철학과 닿아 있어요." 150쪽


"프릳츠 브랜드의 시작은 '한국에서 빵과 커피를 만들며 잘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프릳츠 창업주들은 자신들의 커피와 빵에 대한 철학을 기반으로, 직원과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을 내면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 부딪히는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실험하며, 최선의 방향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이런 프릳츠의 철학이 비전, 미션, 가치, 신뢰 등의 키워드를 통해 구체화되면서, 구성원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원칙이 됩니다." 152쪽


글·사진=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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