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파도의 시선] 음식 배달 앱이 하나의 성공적인 '브랜드'가 되기까지 - 『배민다움』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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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입니다. 매주 한 권,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파도의 시선'으로 선택한 책은 홍성태  『배민다움』 입니다. 



마케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넓게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 좁게는 배달 앱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연구자적 호기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배민을 만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3번이나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눈 후, 이를 토대로 '브랜딩'에 대한 책 『배민다움』을 펴냈습니다.  

디자이너가 지인들과 재미 삼아 만든 음식 배달 앱이 전 국민이 아는 '브랜드'로 성장한 데에는 '배민다움'을 만들어나가려는 치밀하고 꾸준한 브랜딩 전략들이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배민의 브랜딩 전략을 ▲배민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외부 브랜딩(External branding)'과 ▲배민 팀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으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배민의 외부 브랜딩 전략은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려면 아무도 만족할 수 없고, 단 한 사람을 제대로 만족하게 하면 모두가 만족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합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배민의 감성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이용자들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의도치 않은 사람들도 배민의 전략에 반응한다는 거죠. 배민 감성은 흔히 'B급'으로 일컬어지는데요, 이는 배민이 처음부터 B급 감성을 지향했기 때문이 아니라 배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그들에게 어울릴 법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B급 문화 코드에 맞는 결과물들을 내놓게 됐습니다. 배민은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나 모두가 실천하진 않는 마케팅의 정석, 즉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라'는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겁니다.  



한편 배민의 이러한 외부 브랜딩·마케팅 전략이 성과를 내는 건 배민을 만들어가는 팀원들이 배민을 좋아하는, '배민다움'을 지지하며 충분히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코드를 따르면서도 배민만의 관점을 유지해나갑니다. '배달음식', 'O2O 서비스', '사내 복지' 같은 보편적인 개념도 배민만의 시각으로 다시 정의하고, 그리하여 배민만의 본질과 문화를 만드는 데 공을 들입니다. 즉 외부 브랜딩과 내부 브랜딩이 균형을 이루며 함께 숙성되기에 배민이라는 브랜드가 흔들림 없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겁니다. 

배민이 2012년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잡지테러' 광고는 외부 브랜딩과 내부 브랜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프로젝트입니다. 디자인 잡지 <월간 디자인>으로부터 광고 게재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이 잡지의 주요 독자층인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공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잘 먹고 한 디자인이 때깔도 좋다!'라는 카피와 배달의민족 로고만 넣은 광고로 지면을 채웁니다. 당시 <월간 디자인> 광고 담당자로부터 '제대로 된 파일을 보낸 게 맞느냐'는 확인 전화를 받았을 정도로 '이상한' 광고였는데, 배민은 바로 이 '이상한' 지점에 꽂혔습니다. '앞으로 잡지를 한 권씩 테러하자'는 마음으로, '먹을 땐 개발자도 안 건드린다'(소프트웨어 잡지),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여성 잡지), '저스트 두입'(스포츠 잡지)', 굶은 베르테르의 슬픔'(뮤지컬 잡지) 등 잡지의 성격을 반영한 카피를 얹은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잡지 구독자가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도 배민이 '잡지테러'를 이어가는 이유는, 잡지별 성격(독자)을 고려해 배민스러운 카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배민의 마케터와 디자이너들이 자연스럽게 '배민다움'을 체득하기 때문입니다. 사무실 벽에 큼직하게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적어두어도, 두꺼운 브랜드 가이드북을 만들어도, 정작 그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내재화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잡지에 실을 단 한 줄의 광고 카피를 꾸준히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배민다움의 DNA가 생성되고, 그 누구보다 배민다움을 잘 이해하는, 그야말로 배민스러운 사람이 됩니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안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은 품질, 우수한 기능만으로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어떤 브랜드든 고객에게 'OO다운 문화'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구글, 기네스, 러쉬, 파타고니아, 프라이탁처럼 고객 충성도가 높고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사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모두 '컬트(cult, 추종 집단을 거느린)'에 가까운 자신만의 문화를 일궜다는 겁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일관된 관점과 태도를 유지하며 그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들이 축적되었을 때 비로소 문화라고 부를 만한 무엇, 그리고 브랜드라 할 만한 무엇이 윤곽을 드러냅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그때 제가 느낀 게 뭐냐면,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디자인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달았어요. 비즈니스가 성공해야 그 비즈니스를 도와주는 디자인도 성공해요. 비즈니스가 망했는데, 디자인만 성공할 수는 없잖아요.
전후 관계가 다르다고 보실 수도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브랜딩과 디자인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tool)로 쓰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이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해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23쪽


"우리의 핵심역량은요. 이렇게 말해도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만의 시각이 틀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걸 좋다고 하니 우리가 그걸 해보자는 식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것에 대해 정의하고, 산업에 대해 정의하고, 우리만의 시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게 저희의 핵심역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요." 김봉진 대표, 60쪽


"나이나 소득, 교육수준 등 인구통계(demographics) 자료에 근거해 타깃을 잡으면 하수다. 그런 자료가 타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정작 왜(why) 구매에 이르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타깃 고객을 인구통계자료로 규정하는 시대는 지났고, 그들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VALS : Value And Life Style)'을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즉, 우리의 타깃 고객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쓰는지(Activities), 무엇에 관심이 있고(Interest),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Opinion), 소위 AIO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64쪽


"문화(culture)라는 단어는 '땅을 경작하다, 일구다'는 의미의 'cultivate'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비옥하게 한다'는 말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예전에는 '문화' 하면 '가진 사람들의 여유'에서 비롯된 귀족문화를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이 호응하느냐'가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된 소비문화가 중심이 되었따. 어떤 브랜드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능적으로 우수한 것을 넘어, '자기다운 문화'로써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인식상의 차별성이나 실제적인 브랜드 충성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273쪽



글·사진=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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