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파도의 시선] '시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축적된 건축이 도시를 살아있게 한다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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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입니다. 매주 한 권,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파도의 시선'으로 선택한 책은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입니다. 



유독 거닐고 싶어지는 거리가 있습니다. 들어가 보고 싶은 가게들도 많고, 바깥을 보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노천카페도 여럿 보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는 이런 거리를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라고 부릅니다.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에서 보행자는 할 수 있는 일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도시의 경험이 그만큼 흥미로워집니다. 유 교수는 보행자의 자기 주도적인 삶이 보장되는 도시, 우연성이 넘치는 도시야말로 살아있는 도시라고 설명합니다. 



도시를 살아있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오래된 건축물'입니다. 한국의 도시가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도 바로 '젊은 건축물' 중심으로 도시의 얼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유 교수의 지적입니다. 오래된 건축물을 '하드웨어'로만 보고 외형을 보존하는 데 집중하는 것 또한 한계입니다. 잘 보존된 옛 건축물에 오늘날의 소프트웨어가 담길 때 건축물의 역사가 더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위와 맹수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준 동굴에서 시작된 건축의 역사는 각종 법규와 첨단 기술, 심지어 금융 논리까지 얽히면서 점점 층위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유 교수는 건축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모호한 지금 이 상황을 진보를 위한 과도기라고 진단합니다. 과도기에 있는 만큼 우리는 더 나은 도시의 풍경을 끊임없이 상상해야 합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우리의 도시는 유럽의 유서 깊은 오래된 도시에 비해서 건축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다. 여러 가지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래된 건축물이 없어서다. 건축은 사람의 수명보다 오랫동안 지속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비로소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아내고, 사람 냄새가 배어나는 '환경'이 되는 법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는 한국 전쟁 이후에 새롭게 지어진 '젊은' 건축물들만 있을 뿐이다.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니 시간이 만들어 내는 유서 깊은 도시가 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236쪽



글= 한승희

사진= Workroom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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