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파도의 시선] 도시의 '진짜' 작동 방식, 이론에 목매지 말고 거리로 나가 관찰하라 -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2020-06-25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입니다. 매주 한 권,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파도의 시선'으로 선택한 책은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인 제이콥스가 뉴욕이란 거대 도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35년, 스물 아홉 살 때입니다. 제이콥스는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며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건물, 생활의 온기가 느껴지는 거리 풍경에 매료됩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urban planing)'이 도시와 도시 사람들의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편 제이콥스의 눈에 비친 각종 도시계획 이론과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는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보다 각박하고 무미건조한 곳으로 변질시키고 있었습니다. "도시계획이라는 학문 분야의 실행가와 선생들"(제이콥스는 도시계획을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하는 것조차 꺼립니다)이 도시를 어떤 개념적인 연구 주제로 대했을 뿐 "실제 도시에서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도시계획 이론을 바탕으로 진행된 개발 프로젝트들은 도시를 "맛도 영양도 없는 묽은 죽"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도시에 개성과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성'이 말살됐기 때문입니다. 제이콥스는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보고, 평범한 거리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 풍경일지라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도시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다양한 층위의 의미들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도시를 삶이 있는 곳, 사람 냄새가 풍기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과 도시 개발 프로젝트들이 거리 위 사람들과 사건들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제이콥스가 학계에 정면 돌파하며 이 책을 출간한 것은 1961년,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입니다. 그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도시가 계획되고 개발됐을 겁니다. 그러나 이 수많은 도시 중에 제이콥스의 찬사를 받을 만한 곳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도시 사람들은 일자리, 치과의사, 오락, 친구 등에서부터 물건 사는 가게, 유흥, 또 심지어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에서 모든 것을 고르고 선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한다. 아이작스의 말인즉, 도시 사람들은 근린의 편협성에 묶여 있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 폭넓은 선택과 풍부한 기회야말로 도시의 목적이 아니던가? 

사실 이런 것이야말로 도시의 목적이다. 더 나아가 도시 사람들의 이용과 선택의 이러한 유동성이야말로 도시의 대다수 문화 활동과 온갖 종류의 독특한 상점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이다. 풍부한 자원으로부터 기술이나 재료, 고객, 단골 등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과 상점이 이례적으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고, 비단 도심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특성과 특질을 발전시키는 다른 도시 지구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도시의 풍부한 자원에 의존함으로써 도시의 상점들은 도시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상품, 오락, 지식, 접촉, 서비스 등에 대한 선택의 폭을 늘려준다."  167쪽


"도시에는 반드시 오래된 건물들이 있어야 한다. 오래된 건물이 없다면 아마도 활기찬 거리는 물론이고 지구의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오래된 건물이라 함은 박물관급의 건물, 즉 많은 돈을 들여서 복원한 훌륭한 건물이 아니라 - 물론 이런 건물들도 좋은 구성요소가 되기는 한다 - 낡아 빠진 노후한 건물까지 포함한 평범하고 흔한 별 가치 없는 건물들을 의미한다.

만약 어느 도시 지역에 새로운 건물들만 있다면, 거기 자리할 수 있는 업체는 높은 건물 신축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들로만 국한된다. 신축 건물을 차지하는 데 드는 이런 높은 비용은 임대료의 형태로 부과될 수도 있고, 또는 신축 자본 비용에 대한 소유주의 이자 지불 및 분할 상환의 형태로 부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쩄든 간에 그 비용은 지불되어야 하고 실제로도 지불된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신축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높은 - 오래된 건물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에 비해 높은 - 간접비를 지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높은 간접비를 감당하려면 업체는 ①높은 수익을 올리거나 ②충분한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 " 257쪽


"대도시의 보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놀랍고 흥미진진한 광경은 오래된 지구가 새로운 지구에 맞게끔 창의적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장인의 진열실로 바뀐 연립주택 거실, 주택으로 바뀐 마구간, 이민자 클럽으로 변신한 지하실, 극장으로 변신한 차고나 양조장, 복층 아파트의 지층으로 변신한 미장원, 중극음식 공장으로 변신한 창고, 소책자 인쇄소로 변신한 댄스교습소, 유리창을 이쁘게 칠한 - 가난한 사람들의 스테인드글라스이다 - 교회로 변신한 구두수선집,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정육점 등등. 이러한 변신이야말로 인간의 요구에 부응하는 활력 있는 도시 지구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소한 변화이다." 266쪽

우리로부터

좋은 영감을 얻으셨다면

주저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