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제인 제이콥스가 뉴욕이란 거대 도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35년, 스물 아홉 살 때입니다. 제이콥스는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며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건물, 생활의 온기가 느껴지는 거리 풍경에 매료됩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urban planing)'이 도시와 도시 사람들의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도시 사람들은 일자리, 치과의사, 오락, 친구 등에서부터 물건 사는 가게, 유흥, 또 심지어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에서 모든 것을 고르고 선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한다. 아이작스의 말인즉, 도시 사람들은 근린의 편협성에 묶여 있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 폭넓은 선택과 풍부한 기회야말로 도시의 목적이 아니던가?
사실 이런 것이야말로 도시의 목적이다. 더 나아가 도시 사람들의 이용과 선택의 이러한 유동성이야말로 도시의 대다수 문화 활동과 온갖 종류의 독특한 상점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이다. 풍부한 자원으로부터 기술이나 재료, 고객, 단골 등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과 상점이 이례적으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고, 비단 도심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특성과 특질을 발전시키는 다른 도시 지구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도시의 풍부한 자원에 의존함으로써 도시의 상점들은 도시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상품, 오락, 지식, 접촉, 서비스 등에 대한 선택의 폭을 늘려준다." 167쪽
"도시에는 반드시 오래된 건물들이 있어야 한다. 오래된 건물이 없다면 아마도 활기찬 거리는 물론이고 지구의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오래된 건물이라 함은 박물관급의 건물, 즉 많은 돈을 들여서 복원한 훌륭한 건물이 아니라 - 물론 이런 건물들도 좋은 구성요소가 되기는 한다 - 낡아 빠진 노후한 건물까지 포함한 평범하고 흔한 별 가치 없는 건물들을 의미한다.
만약 어느 도시 지역에 새로운 건물들만 있다면, 거기 자리할 수 있는 업체는 높은 건물 신축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들로만 국한된다. 신축 건물을 차지하는 데 드는 이런 높은 비용은 임대료의 형태로 부과될 수도 있고, 또는 신축 자본 비용에 대한 소유주의 이자 지불 및 분할 상환의 형태로 부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쩄든 간에 그 비용은 지불되어야 하고 실제로도 지불된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신축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높은 - 오래된 건물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에 비해 높은 - 간접비를 지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높은 간접비를 감당하려면 업체는 ①높은 수익을 올리거나 ②충분한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 " 257쪽
"대도시의 보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놀랍고 흥미진진한 광경은 오래된 지구가 새로운 지구에 맞게끔 창의적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장인의 진열실로 바뀐 연립주택 거실, 주택으로 바뀐 마구간, 이민자 클럽으로 변신한 지하실, 극장으로 변신한 차고나 양조장, 복층 아파트의 지층으로 변신한 미장원, 중극음식 공장으로 변신한 창고, 소책자 인쇄소로 변신한 댄스교습소, 유리창을 이쁘게 칠한 - 가난한 사람들의 스테인드글라스이다 - 교회로 변신한 구두수선집,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정육점 등등. 이러한 변신이야말로 인간의 요구에 부응하는 활력 있는 도시 지구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소한 변화이다." 266쪽
글= 한승희
사진= Workroom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