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을 만드는 사람들][TWC 5문5답] 디자이너 편 ② 백나영

20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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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기 위해 강릉에 모인 아홉 청년의 이야기 - 더웨이브컴퍼니 팀원 5문5답 인터뷰

디자이너 편 ② 백나영 | 브랜드팀 디자이너

백나영 디자이너는 지난 1월 더웨이브컴퍼니에 합류했다. 현재 브랜드팀에서 신규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다. 



―강릉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 경기도 안양에서 나고자랐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서 6년 정도 서울에 살았다. 강릉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일 때문에 10년 전 즈음 강원도로 이주하셔서 아버지를 만나러 강원도에 자주 드나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동해, 강릉, 정선, 영월 등 강원도 곳곳을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원도, 강릉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아졌다. 

또 함께 일하는 김하은 디자이너의 영향도 컸다. 하은 디자이너와는 대학 동기이자 친한 친구 사이인데, 하은 디자이너가 워낙 애향심 강한 강릉 시민이다(웃음). 하은 디자이너가 강릉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저도 아버지 덕에 강릉을 여러 번 가봤기 때문에 아는 것들이 있어서 서로 말이 통했다.


더웨이브컴퍼니도 하은 디자이너를 통해 알게 됐는데.

= 작년에 하은 디자이너 소개로 더웨이브컴퍼니로부터 명주동 지도 제작 작업을 맡게 됐다. 같이 일하면서 '강릉에도 이런 어엿한 회사가 있구나' 했다(웃음). 지도 제작 작업을 마친 후에 하은 디자이너로부터 '우리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뽑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서울에서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넘겼다. 그러다 더웨이브컴퍼니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고, 고민에 빠졌다. 딱히 서울 생활에 큰 미련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바로 서울 생활을 접고 떠나도 괜찮을까 싶었다. 결국 거절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후회되는 거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게 아닐까 하고. 몇 주 후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다시 회사에 연락해봤더니 다행히 아직 공석이었다. 그때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고, 지난 1월 1일 정식 입사했다. 


―현재 더웨이브컴퍼니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브랜드팀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줄곧 '0'에서부터 하나씩 쌓아올려가는 작업들을 해왔는데, 그래서인지 다시 학교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웃음). '0'에서 출발해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클라이언트가 있고,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여기에 맞춰 일을 하면 결과물이 나오는 외주 작업과는 전혀 다르다. 막연하고, 답답하고,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 내가 끝이라고 생각하면 거기서 끝나고, 내가 계속 하면 영원이 끝이 없는 그런 작업이니까.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다. 하지만 그만큼 결과가 나오면 무척 뿌듯할 것이다. 잘 됐으면 좋겠다.

브랜드팀에서 야심차게 준비 중인 새로운 브랜드의 그래픽 이미지 작업 현장. ⓒ백나영


―지역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 어떤가.

= 디자이너는 물리적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이라고 본다. 물론 내가 일하고 싶은 직장이 특정 지역에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특정 직장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디자이너라면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떠날 수 있을 때 지역으로 떠나보길 권한다. 특히 막연한 두려움이나 늘 살던 곳에 살려는 관성 때문에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디자인 작업은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 이 점은 디자이너가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지역 이주'에 대해 막연한 심리적 장벽을 느낀다. 사회적으로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일 거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역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답=서울'이라고 생각하고 서울과 지역을 비교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강릉으로 이주할 때 '서울로부터 도망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나는 서울에서 도망친 게 아니라 그냥 강릉으로 온 거다. 왜 내가 더 좋은 곳에서 덜 좋은 곳으로 가는 것처럼 이야기할까. 지역과 서울을 비교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지역도 스스로를 서울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한국이 좋다. 그런데 이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어릴 때는 왠지 한국이 좋다고 하면 멋이 없는 것 같았다(웃음). 특히 디자인·예술 분야에 외국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 외국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하지만 난 한국이 좋고, 외국보다는 한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싶다.    


―앞으로 더웨이브컴퍼니에서 어떤 역량을 쌓고 싶나.

= 달변가가 되고 싶다. 내가 하는 프로젝트, 회사가 하는 일, '로컬'이란 주제에 대해 막힘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데 두려움이 있는데, 이걸 좀 극복하고 싶다. 더웨이브컴퍼니는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런 커뮤니티에서도 뒷방(?)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앞에 나와서 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강릉생활 4개월 차 나영 디자이너가 꿈꾸는 강릉 라이프

= 수영은 못하지만 바다에 떠 있고 싶다. 그래서 튜브를 살 거다. '튜브 타고 바다에 둥둥 떠 있기'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면 그거야말로 강릉에서만 가능한 생활 아니겠나. 이밖에 '소나무숲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하늘을 보기'도 있다.

또 강릉에서 사람들 발길이 별로 닿지 않은 곳들을 직접 다녀보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강릉에 이런 곳도 있는데 몰랐지?'하고 소개해줄 수 있을 만큼 강릉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싶다.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운전면허부터 따야 한다(웃음). 



인터뷰 진행·정리= 한승희

사진= Workroom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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