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을 만드는 사람들][TWC 5문5답] 디자이너 편 ① 김하은

20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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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기 위해 강릉에 모인 아홉 청년의 이야기 - 더웨이브컴퍼니 팀원 5문5답 인터뷰

디자이너 편 ① 김하은 | 브랜드팀 디렉터-디자이너

김하은 디렉터-디자이너는 지난해 5월부터 더웨이브컴퍼니에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와 디자인 관련 기획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브랜드팀 소속으로 신규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다.  


― 강릉을 떠났다가 더웨이브컴퍼니에 합류하며 다시 돌아왔다.

= 두 살 때 부모님 고향인 강릉으로 이주해 14년을 쭉 살다가 다른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강릉을 떠나게 됐다. 이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서울에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그때는 자연스럽게 취업도 서울에서 하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다 더웨이브컴퍼니로부터 매거진 '033' 기획·디자인 작업을 제안받았는데, 강원·강릉은 평소 제가 좋아하는 주제여서 흔쾌히 수락했다. 033 작업을 하면서 더웨이브컴퍼니 사람들과 친해졌고, '이 사람들과 일한다면 강릉에서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33 작업을 마치고 한 달 남짓 여행을 다녀온 후에 더웨이브컴퍼니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딱히 강릉으로 돌아가야겠다 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강릉으로 돌아오게 된 거다. 


― 강릉이 고향인 셈인데, 고향 자랑 좀 해 달라.

= '낮은 밀도'. 강릉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서울은 워낙 밀도가 높은 도시이다 보니 '내가 이곳을 안다'고 할 수 있는 장소의 범위가 무척 좁다. 서울에서는 내가 '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면적이 어느 골목 하나 정도다. 바로 옆 골목은 또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 내가 사는 곳을 '안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자체가 사람을 여유롭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강릉은 밀도가 낮아서 좀 떨어져 있는 동네여도 '내가 아는 동네'란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선뜻 이 동네, 저 동네 멀리까지 다닐 수 있어서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 


―더웨이브컴퍼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 입사하고 바로 진행한 '강릉단오제 단오놀자'(이하 '단오놀자')와 '로컬 크리에이터 컨퍼런스 2019'(이하 'LCC2019')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겠다. 단오놀자 프로젝트는 여행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난 직후에 맡았기 때문에 일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한 상태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웃음). 다행히 사람들 반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지역 축제에서도 이런 포스터를 쓸 수 있구나, 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또 '더웨이브컴퍼니는 프로젝트 기획뿐 아니라 디자인도 할 수 있는 회사, 기획과 디자인이 한 큐에 해결되는 회사'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입사 초반에 회사 내부에서 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마운 프로젝트다.

LCC2019 프로젝트는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기회였다. 컨퍼런스 참여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기획부터 디자인, 실행까지 다 맡았는데, 고유의 번호와 색, 모양이 있는 아크릴 파츠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사람들이 서로 파츠를 교환하면서 키 링을 만드는 식으로 기획했다. 제가 짠 프로그램, 제가 디자인한 결과물이 '진짜 세상'에서 많은 사람에 의해 실행되고 사용되는 모습을 그렇게 가까이서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 


―디자인뿐 아니라 기획에 대한 열정도 남다른 것 같다.

=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걸 좋아한다. 흔히 말하는 '내용과 형식' 구분으로 말하면 '내용'을 만드는 데 더 매력을 느낀다. 내가 관심 있고 매력을 느끼는 내용을 만들고, 여기에 적절한 형식을 입히는 일을 하고 싶다. 더웨이브컴퍼니에 입사할 때 이런 점을 이야기했고, 디렉터-디자이너로서 디자인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기획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강릉으로 돌아온 지, 그리고 더웨이브컴퍼니에 합류한 지 곧 1년이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 강원, 강릉에서 더웨이브컴퍼니가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앵커(anchor) 역할을 하려면 우리가 지역을 더 잘 알아야 한다.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주관적 경험과 취향을 기준으로 '강릉은 이렇다, 이렇게 즐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이 지역을 바라보는 다층적이고 정교한 관점을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이 지역을 소개하고 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공부가 필요하다.

더웨이브컴퍼니에서 함께 일하는 백나영 디자이너와 '지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책을 쓰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역에는 디자이너가 할 일이 무척 많다. 건드려지지 않은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물론 한계도 있다. 전반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예를 들어 인쇄물을 디자인할 때 제대로 된 인쇄소를 찾거나 원하는 종이를 고르기도 어렵다. 인프라가 구축되려면 우선 지역에 더 많은 디자이너가 있어야 한다. 소수의 디자이너만을 위해서 누가 인쇄소를 차리겠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영 디자이너와 함께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이 작업이 우리 둘에게도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디자인 비평이나 이론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 졸업 무렵에 이 분야를 공부하러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더웨이브컴퍼니에서 '로컬'이란 주제를 다루다 보니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바뀌었다. 지역, 지역 골목 상권을 변화시키는 데 디자이너의 역할이 굉장히 크고 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기획, 디자인, 브랜딩을 도시계획이란 좀 더 넓은 영역과 연결해보고 싶다. 지금 하는 일들이 도시계획과 만났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질 것이라 본다. 디자인이 나뭇잎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면, 도시계획은 숲 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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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로컬 하은 디렉터-디자이너가 애정하는 산책 코스

= 초당원길 > 난설헌로 > 허균허난설헌 생가 > 경포습지 > 경포호수 > 경포해변.

아기자기한 강릉 골목을 지나면 갑자기 유서 깊은 고택이 나온다. 고택을 지나면 또 엄청나게 큰 소나무들이 있는 숲이 나오는데, 그 숲을 지나면 습지가 나오고, 호수가 나온다. 이 많은 풍경을 30분 안에 다 볼 수 있는 거다. 또 호수를 4분의 1바퀴 정도 돌아 걸어가면 경포해변, 바다다. 이렇게 다양한 풍경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산책 코스를 보유한 곳이 세상에 몇 군데나 될까. 그것도 도시에서. 

계절에 따라서도 풍경이 달라진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고 나면 습지에 연꽃이 핀다. 가을에는 호숫가 억새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빛을 발한다. 겨울에 눈이 오면...(할말하않). 같은 길을 산책하더라도 계절마다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고다.  



인터뷰 진행·정리= 한승희

사진= Workroom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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