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더웨이브컴퍼니(TWC)×소도시(so.dosi)] 일로오션 11기, 그 후의 이야기들 Ⅲ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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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람이 콧끝을 간지럽히던 지난 1월 17일, 소도시(so.dosi)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일로오션 11기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진행된 일로오션에는 스타트업과 워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다섯 분이 참여했습니다. 자유학교의 양석원님, 네이키드 덴마크의 안상욱 님,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신나리·정인경 님, 트렌드 어워드의 김기태 님이 강릉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 봄바람이 부는 4월, 참가 멤버들은 일로오션의 경험과 추억을 되살리며 적은 후기를 더웨이브컴퍼니에 보내주셨습니다.


세 번째 순서로 소도시(so.dosi) 대표인 김가은 님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아래 내용은 전문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 해 작성했습니다.)  

📝 김가은 님의 글 전문을 보시려면 여기로~!




가은 님의 글에서 본 일로오션 이야기


<일하는 감각을 깨우는 오션뷰 오피스, 강릉 일로오션 - 감각의 파도가 일하는 여행자의 창의성과 생산성에 주는 영향> 中


아침이면 창으로 쏟아지는 해돋이, 문을 열면 날아와 부딪히는 파도 소리, 길 건너면 상쾌하게 감싸오는 솔숲 향기, 걸음 걸음 사각대며 밟히는 모래알, 높은 하늘 동쪽으로 멀리 트인 바다! 파도로 밀려 드는 건 바닷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결핍되었던 살아있는 감각 자극이었다. 송정해변에서의 아침을 처음 맞이한 워케이션 이틀째, 어제까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숙소에선 잠만 자는데 굳이 오션뷰에 묵을 필요 있냐'고 투덜대던 내가 외쳤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세상 사람들 왜 이거 안 해?"



일하는 여행자들의 바다살롱, 일로오션

일로오션(illoocean)은 '일하러 바다에 온' 사람들을 위한 강릉 워케이션 공간 서비스이다. 송정해변의 3성급 호텔 객실과 1층 로비 오피스의 자유석, 강릉 시내 코워킹 스페이스 '파도살롱'의 고정석과 강릉을 즐기는 여행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한다. 일할 곳과 잘 곳은 기본, 안정적인 Wi-fi 네트워크, 자리마다 설치된 콘센트, 무선 프린터와 OA 테이블, 야외에서 일하고 싶을 때 대여 가능한 캠핑 테이블과 의자에 포켓 와이파이까지, 일하는 여행자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필요한 것들을 사려 깊게 마련해둔 워케이션 홀 패키지.

이 흥미롭고 실험적인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들은 강릉의 로컬 콘텐츠 기획사 '더웨이브컴퍼니'다. (중략) 그러니까 이들에게 일로오션은, 하나의 상품 서비스라기보다, 자신들이 추구하고 또 이루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또 다른 방식인 셈이다. 


 

창의적인 낮과 생산적인 밤

머물렀던 4박 5일은 1월 중순, 한 해의 계획과 중요한 제안들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몇 번의 회의를 거치고 몇 잔의 커피를 마셔도 사업 계획서의 페이지가 채워지지 않아 시간만 흘려보내다, 예약해둔 일정이 다가와 '떠나보면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풀리지 않는 숙제를 대충 말아 들고 도망치듯 강릉으로 간 참이었다. 

안온한 일상 속에서 뇌의 늘 쓰던 부분만 좁게 쓰고 있었다면, 쏟아지고 밀려 들며 몰아치는 감각 자극이 잠자고 있던 나머지 부분을 깜짝 놀라게 흔들어 깨운 것 같았다. (중략) 쓸데없이 켜져 있던 잡념이란 프로그램이 모두 셧다운되고 시스템이 리부팅되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 모드로 전환하는 나를 발견했다. 

노트북을 방 안에 두고, 스케치북과 네임펜 몇 자루를 챙겨 로비 오피스에서 가장 뷰가 좋은 자리에 앉았다. 쓴다기보다는 그리는 느낌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스케치해나갔다. (중략) 이 순간 중요한 건 기록의 방식이 아니라, 상상과 연상을 더 크게 펼쳐 나가는 것이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 밤이면 파티션으로 가려진 조용한 자리를 찾아 노트북을 열었다.  (중략) 주제와 맥락이 짜여져 있고, 필요한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그 시간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생산적이었다. 



딱딱한 네모가 아닌 유동하는 짙푸름으로

매일 노트북, 스마트폰, 스케쥴러 위에 글자를 써내려 가면서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일을 '지루하고 딱딱한 흑백의 네모'로 그려 놓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일하기 위한 도구로 일 자체를 인식하는 본말전도의 인지상태가 일에 내적 동기를 떨어뜨리고 있던 건 아닐까. 어쩌면 그곳에 가서 가장 달라진 건 장소나 공간,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짙푸르고 역동적인, 살아있는 무엇'이라는. 일에 대한 나의 새로운 감각 관념이었을지 모른다. 



일하는 여행자가 '일'을 놓치지 않도록

사실 이런 환경에서 한껏 들뜬 기분을 매어두고 일해야 하는 여행자에게는, 아주 작은 불편도 당장의 일을 미룰 구실로 잡아들이기에 충분할 터였다. 배터리가 없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데, 회의 자료를 출력할 수가 없어서... 하지만 안정적인 네트워크와 넉넉한 콘센트, 무한 잉크 프린터로 무장한 이 아름다운 오피스는 도무지 나에게 일을 놓쳐버릴 핑곗거리 따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의 기분 좋은 넛지를 주었다. 누구나 머물고 싶을만한 공간에, 이렇게 까지 마련해 놓았는데, 여기서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일하지 않을래? 잠깐 쉴 때는 해변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그러 눈길만 들어도 파랑과 초록에 풍덩 빠져들 수 있는 바로 이곳에서. '자연과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고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크리에이티브하게, 생산적으로 일하는 노마드' - 아마도 일로오션이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퀄리티는 바로 누구나 갖고 싶어할 이 정체성일 것이다.  


좀 더 긴 시간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에는 회의실과 커피머신이 있는 파도살롱에서 일했다. 그동안 방문했던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효율적인 아웃풋을 위해 조성되었다면, 이곳은 효과적인 인풋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큐레이션 서가에서 별 생각 없이 집어든 책 한 권이 고민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바람에, 어디에서 일하는 가의 문제가 단순히 편안한 책상과 의자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그런 경험들로 인해. 


호텔 객실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필요에 딱 알맞았다. 하얗고 깨끗한 시트가 깔린, 따뜻한 물이 잘 나오는 방에서 매일 기분 좋게 일어나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일하러 온 바다에서 일 외의 기억을 만들어 준 여행 프로그램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당일에는 그 시간에 더 할 수 있을 다른 업무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해서 살짝 빠질까 고민도 했지만, 그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에서 나는 '일하는' 여행자이지만, 동시에 일하는 '여행자'이기도 했으므로.



세 가지 소득과 떠오르는 얼굴들

강릉에서 얻어 온 세 가지 소득 중 세 번째는 1년의 계획을 세운 일이다. 계획을 위한 계획을 내려놓고 세우는 이유부터 다시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두 번째는 좋아서 시작한 일의 물성을 재발견한 일이다. 지치게 하는 건 일이 아니라 도구였다고, 목적과 수단, 내용과 형식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는 내가 어떤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어떤 환경에서 생산적인지, 나를 어떻게 캘리브레이션하고 또 리셋해가며 사용할 것인지 '일하는 나 사용법'을 좀 더 잘 알게 된 일이다. 앞으로 좀 더 잘 사용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나, 잘 부탁합니다. 


◆ 한줄평 - “물리적인 장소가 주는 비물질적 경험,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건 이런 것”

◆ 추천합니다 - 새로운 프로젝트를 앞두고 아이디어가 필요한 1~4명 내외 소규모 팀 




글·사진 제공 = 김가은 님

사진 촬영 = 김리오, 진명근

편집= 변준수

장소 = 파도살롱, 팝업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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